유럽식품안정청(EFSA)은 최근 식품의 아질산염 수준이 건강 문제를 나타낼 수 있다고 제안하는 최신 의견 초안을 발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베이컨과 햄 같은 가공육을 붉게 보이게 만드는 아질산염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를 발표한 영국의 저명한 과학자가 영국 정부에 가공육에 화학물질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고 영국의 가디언이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벨파스트 퀸스대(QUB)의 크리스 엘리엇 교수는 “아질산염이 들어있는 베이컨과 햄을 매일 먹으면 공중 보건에 매우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한다”면서 영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아질산염 15%가 든 가공육을 먹은 쥐가 아질산염이 없는 돼지고기를 먹은 쥐보다 암 종양이 75%나 더 많이 발생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무아질산염 돼지고기를 먹은 쥐는 종양이 늘어나지 않았다. 아질산염이 첨가된 돼지고기를 먹은 쥐는 대조군보다 장에서 82% 더 많은 종양이 발생했다.

아질산염 15%는 비교적 높은 함유량이지만 더 낮은 양을 섭취해도 여전히 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QUB의 브라이언 그린 교수(생물학)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아질산염이 함유된 가공육의 섭취가 암 종양 발생을 악화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준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해당 논문이 최근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고 했으나 2019년 12월《뉴트리언츠(Nutrients》에 발표된 논문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 판매되는 베이컨의 약 90%가 아질산염을 함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크푸르트 소시지에도 아질산염이 들어간다. 아질산염이 유방암과 장, 전립선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선행 연구도 여럿 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최근 식품의 아질산염 수준이 건강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제안을 담은 초안을 발표했다. 또 프랑스 정부는 7월 국가보건국이 아질산염이 암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뒤 가능한 한 식품 생산에 아질산염 사용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2013년 말고기 파동 당시 정부 조사를 주도해 영국 왕실로부터 4등급 훈장(OBE)까지 받은 엘리엇 교수는 “유럽식품안전청과 프랑스 정부는 사실을 따르고 있다”면서 “영국 정부도 그렇게 할 때”라고 말했다. 엘리엇 교수와 함께 올해 7월 가공육에 화학물질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던 하원의원 대니얼 폴터(보수당)는 “나는 장관들이 아질산염에 대한 최신 증거를 검토하고 이러한 잠재적인 건강 위험에 직면하여 지금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보건 및 관리 대변인 마틴 데이는 “잠재적 위험을 지닌 아질산염을 금지하는 법안을 거부함으로써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 높은 식품 기준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질산염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연간 3만2000건의 대장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mdpi.com/2072-6643/11/11/2673)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