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의에게서 듣는다 -전이성 전립선암

이대목동병원 전립선암센터장 김청수 교수


전이성 전립선암은 호르몬 치료 반응 여부에 따라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mHSPC)과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mHSPC 단계에서는 남성 호르몬 차단 치료가 효과적이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1~5년 후에 mCRPC로 진행하게 된다. mCRPC 단계로 진행된 경우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고 기대 수명이 9~13개월에  불과해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출시 10년차를 맞은 엑스탄디(성분 엔잘루타마이드)에 이어 얼리다(성분 아팔루타마이드)까지 진입하면서 mHSPC 치료옵션이 늘었다. 하지만 필수급여와 선별급여 문제는 의료현장 혼선을 우려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전립선암센터장 김청수 교수를 만나 국내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의 최신 지견 및 치료 환경 개선 필요성을 들었다. 

이대목동병원 전립선암센터장 김청수 교수
이대목동병원 전립선암센터장 김청수 교수

 

전립선암은 전 세계적으로 남성에게 두 번째로 많이 진단되는 악성 종양이다. 환자들이 내원해 진단받는 병기는 통상 어떻게 되며, 전이성 전립선암으로 진행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 환자의 조기 진단율이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과거에는 반 이상이 전이되어 오는 경우도 많았으나 근래에는 많이 줄었다. 전이가 되어 오는 경우는 약 10% 남짓이며, 80~90%는 초기 전립선암이거나 국소 진행성 전립선암 단계에서 발견된다. 조직검사를 통해 확인되는 글리슨 점수(Gleason score)가 높고 전이성 단계로 진행되는 경우는 전체 초기 전립선 암 환자 중 20~30%를 차지한다. 하지만 문제는 전이성 전립선암은 결국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으로 악화되고, mCRPC 단계가 되면 환자의 생존율이 급격하게 하락한다는 것이다. 최근 5년 생존율이 95%를 넘어서면서 전립선암이 '착한 암'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전이된 환자의 경우는 생존율이 45~50%에도 못 미칠 만큼 예후가 좋지 않다."

 

mCRPC로 진행되기 전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mHSPC) 단계가 중요할 것 같다. mHSPC 단계의 치료 목표와 미충족 수요는 무엇인가?

"mHSPC의 치료 목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과,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mCPRC 단계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mCRPC 단계로 진행된 이후에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고 기대 수명이 9~13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mHSPC 단계에서는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질병 진행을 최대한 막는 것이 관건이다.

다른 암은 전이가 됐을 경우 최근 도입된 표적 치료제들로 항암 치료를 시작한다. 반면 전립선암은 항암 치료보다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호르몬 치료를 먼저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암과 구별되는 차이점이다. 하지만 그만큼 환자들이 mHSPC를 진단받은 이후 빠르게 효과적인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치료 기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치료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작년 8월 엔잘루타마이드 급여 후 mHSPC 치료 성적변화, 어떤가? 

"과거에는 mCPRC 단계가 돼야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많았다. 임상을 통해 해당 치료제들을 mHSPC 환자 치료에 사용했을 때 mCRPC 단계로 진행되는 걸 늦추고 생존 기간을 연장한다는 역할을 확인하면서 환자 치료에 도움받을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주로 도세탁셀, 카바지탁셀 등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했는데 이는 독성이 강해 백혈구 수치 감소, 패혈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엔잘루타마이드의 경우 장기적으로 사용 시 아주 드물게 골절 위험도가 높아지거나, 발작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의료진의 모니터링을 통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도세탁셀 같은 항암제의 무서운 합병증은 거의 없고 기존 호르몬 치료 시 올 수 있는 합병증 정도이기 때문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최근 동일계열 후발약제가 급여등재 됐다. 치료옵션은 늘었지만 환자 본인 부담률은 차등이 발생했는데.

"이전에는 mHSPC 고위험군 환자에 한해 도세탁셀 또는 아비라테론을 쓸 수 있었다. 그러다 2021년 9월 엔잘루타마이드가 질환 용적 또는 위험도와 관계없이 모든 mHSPC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를 획득했다. 엑스탄디는 처음에 도세탁셀 치료 경험이 있는 mCPRC 환자 2차 치료에 환급형 위험분담제(RSA)를 통해 보험 급여를 받았을 때는 필수급여로 받았는데, 이후 mHSPC로 급여 확대 신청을 했을 때는 선별급여로 적용됐다.

최근 급여 등재된 아팔루타마이드의 경우 mCRPC에서는 적응증이 없고, mHSPC 환자 치료에서 처음으로 적응증을 획득했고 해당 적응증으로 필수급여로 등재됐다. 그러다보니 mHSPC 적응증에 엔잘루타마이드나 아비라테론은 환자부담률 30%의 선별급여가 적용되고, 처음부터 mHSPC 환자 치료에 허가받은 아팔루타마이드는 완전 급여가 적용돼 혼선이 생겼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같은 효과인데 환자에게 30% 본인 부담금이 있는 치료제를 권하기는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혼선이 올 수 있다. 기존 엔잘루타마이드로 치료받던 환자가 다른 약으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고, 그렇게 하더라도 급여가 되지 않는다. 제도상의 이유로 환자가 불평등한 상황을 감수하게 됐다는 점에서 두 약제 간 부담률 차이는 빠르게 해소돼야 한다. 현재는 회사 차원에서 한시적으로나마 환자 본인부담률의 일부를 지원하는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두 약제를 비슷하게 사용하고 있다."

 

환자 본인부담률에 차등이 생긴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치료제 효능 차이라고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해할 수 있지만 이번 사례는 타이밍 문제라고 생각된다. 임상 현장에서는 약의 효과에 대해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효능은 비슷하지만 부작용 양상은 조금 다른데 엔잘루타마이드는 드물게 발작이 올 수 있고 아팔루타마이드는 피부 발진이 종종 나타나며 스티븐 존슨 증후군 같은 희귀병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굉장히 드물다."

 

전립선암은 치료를 잘 받으면 삶의 질을 유지하며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암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수술을 잘하면 큰 문제없이 사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2기까지 수술이 가능하고, TNM 병기 분류법을 기준으로 T3a, T3b까지 하는게 좋다. 요즘은 N1까지도 하니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가지고 제대로 치료받으면 충분히 긴 기간 동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앞으로 전립선암 치료 환경 변화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신약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신장암이나 방광암에서 많이 쓰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는 아직 전립선암에서는 역할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전립선암을 호르몬 반응성이냐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거세 저항성이냐로 나눠왔지만, 앞으로는 유전자 검사에 의한 변이 여부에 따라 사용 가능한 약제가 나눠지게 될 것이다. 

최근 상동재조합복구(HRR) 유전자 변이가 있는 mCRPC 환자 치료에서 PARP 억제제의 역할을 확인하는 임상 연구가 진행됐기 때문에 해당 치료법이 도입될 것이다. 또한 유전성 유방암을 유발하는 BRCA 유전자 변이가 전립선암에도 있고, BRCA 1 변이가 많은 유방암과 달리 전립선암은 BRCA 2 변이가 많다. 근래 들어 전립선암에서도 유전자 검사를 많이 하고 있고, PI3K 억제제 관련 임상도 진행 중이다. 특히 면역관문억제제의 경우 현미부수체불안정성(MSI)이 높은 경우에도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있고, PD-1 검사를 통해서도 쓸 수 있는데 아직까지 전립선암에서는 그런 변이가 있는 케이스가 드문 것 같다. 면역관문억제제는 단독으로 쓰기도 하지만 다른 약제와 병용했을 때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 시간이 소요되긴 하겠지만 앞으로 그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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